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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진정한 후원자

결혼 20년 만에 30평짜리 아파트를 장만하게 된 부부가 있었습니다

월세와 전세를 번갈아가며 열 번이나 이사를 다닌 끝의 내 집 장만.

부부는 흔한 포장이사도 마다하고 둘이서 짐을 꾸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한 노인이 찾아와 이삿짐 나르는 걸 돕겠다고 제의했습니다. 그리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노인은 다짜고짜 짐을 나르기 시작했습니다.

"영차! 공짜라니까, 공짜."

돈도 받지 않고 이사를 돕겠다는 노인. 부부가 수락하고 말 겨를도 없이 노인은 어느새 능숙한 솜씨로 짐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워낙 일손이 아쉬웠던 터라 할아버지는 큰 도움이 됐고 덕분에 일이 수월해졌습니다.

"어유, 짐이 많네."

짐 정리가 거의 끝날 무렵 할아버지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 뭐 버릴 건 없나요?"

"글쎄요. 워낙 정이 든 물건들이라 버리기가 아까워서요."

리모콘도 없는 구형 텔레비전, 낡은 선풍기, 그런데도 버릴 물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에 노인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노인은 말 없이 하던 일을 계속했습니다.

"이어차! 다 실었다."

그리고 짐을 다 싣자 노인은 약속대로 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보름 뒤 부부에게 초대장 한 장이 배달됐습니다.

'두 분의 도움으로 저희 복지시설이 온전하게 터를 옮겼습니다. 부디 오셔서…….'

부부는 자신들이 단 한 번도 들른 적 없는 복지시설의 후원자가 돼 있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초대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부부가 초대장을 들고 그 복지시설로 들어서자 한 노인이 공손히 그들을 맞이했습니다. 보름전 공짜로 이삿짐을 날라주던 그 노인이었습니다.

노인은 부부를 맨 앞자리로 안내한 뒤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이분들이 우리집을 유지하게 해준 진짜 후원자십니다. 그 동안 저는 이삿짐을 무료로 운반해 주며 버리는 옷장, 선풍기, 전기밥솥 따위를 모아서 복지관 살림을 꾸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 부부만이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이사를 했습니다.

객석에서 한 여자가 질문했습니다.

"아무것도 버리지 않았다면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요?"

한동안 침묵하며 뭔가 생각에 빠져 있던 노인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이 복지시설을 운영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참에 작은 집으로 옮기고 많은 장애인들을 다른 곳으로 보낼 생각이었답니다. 헌데 이 부부의 이삿짐을 옮기고 돌아오면서 가족들을 한 명도 버리지 않기로 마음먹은 겁니다."

노인의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고 부부는 그날로 복지관의 진짜 후원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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