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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아버지의 밥상

산골 작은 마을에 젊은 농사꾼이 살았습니다.

그는 일거리가 태산같이 쌓여 있어도, 돈이 아무리 궁해도, 장날이면 어김없이 시오리길을 달려가서 생선이며 고기를 사 날랐습니다.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던 그의 아버지는  노름빚에 가산을 죄 탕진하고 태산 같은 빚더미만 물려준 채 허물어졌습니다.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 지내는 아버지는 설상가상 치매까지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해 때없이 밥만 찾았습니다.

"배고파… 애비야, 나 배고파……."

그 속을 알 리 없는 동네 아낙들은 날마다 장에 나가 고기며 생선을 사들이는 그를 두고 분수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비웃었습니다.

"나 참, 그 형편에 장마다 고기고, 날마다 생선이니 원……."

"누가 아니래요."

그의 아내는 오늘도 밥상을 두 개씩 차립니다. 쌀밥에 생선까지 올라앉은 진수성찬과 꽁보리밥에 열무김치가 전부인 가난한 밥상을 말입니다.

상을 다 차리자 그가 맛난 쌀밥상을 들고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는 밥을 반기며 똑같은 말만 반복합니다.

"밥 줘… 배고파, 밥 안 줘? 저것들이 늙은이 굶겨 죽이네."

노인은 매달리며 애원하듯 말합니다.

"애비야, 밥 줘. 나 배고파……."

아들은 생선살을 발라 주며 밥상 앞에 앉아 식사를 거듭니다.

"아버지 진지 대령했자나요. 자, 아… 하세요."

아버지는 우물우물 쩝쩝… 맛있게 먹는 소리를 내며 음식을 받아먹었습니다.

만석꾼 시절 머슴을 셋이나 거느리고 호령했던 아버지는 재산도, 기억도 송두리째 잃어 버렸지만 입맛은 그때 그대로인지 비린 것, 맛난 것만 찾았습니다.

"내일은 고기 사 줄거지?"

아들은 아버지의 입가를 닦아 주며 대답합니다.

"예, 아버지… 고기 반찬 해 드릴께요."

고기 한 근 생선 한 토막 사려면 몇날 며칠 날품을 팔아야 할지 모르지만 아들은 하루 세 끼 똑같은 투정을 되풀이하는 아버지에게 언제나 같은 약속을 되풀이합니다. 아내와 그는 허구헌날 꽁보리밥에 신김치, 달랑 무 한 조각으로 허기만 겨우겨우 달래면서 말입니다.

남들이 뭐라 하든 그에겐 단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아버지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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