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동화 행복한 세상
어머니의 약속
jdin.
2010. 6. 27. 19:47
인천의 한 놀이공원에서 공룡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표 파는 곳 앞에서 한 아이가 공룡 포스터를 바라보며 서성대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6천원. 그러나 소년에겐 그만한 돈이 없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생선을 파는 행상이었습니다.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자식을 키우는 고단한 살림. 하나뿐인 아들이 공룡전시장에 가게 해 달라고 며칠을 졸랐지만 선뜻 들어 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아이는 책상 앞에 큰 공룡그림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친구들은 벌써 다 봤다며 훌쩍였습니다. 그렇게 잔뜩 풀이 죽어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소년이 단식투쟁을 시작한 저녁이었습니다.
"자, 저녁 먹고 자야지 얼른……."
"누가 밥 달래? 공룡 보여달란 말야."
아이는 어머니의 심정도 모른 채 보채기만 했습니다.
망설이던 어머니는 말없이 아이 손을 잡고 공룡전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전시장 문은 이미 닫히고 공룡들은 어둠속에 숨어 버린 뒤였습니다.
실망한 소년과 어머니가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철망 앞에 쪼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전시장 경비원이 조용히 사방을 둘러본 뒤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며 잠긴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경비원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가 한가닥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저씨……."
고개를 든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애가 공룡을 보고 싶어해서요."
경비원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전시장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 주었습니다. 그 불빛 속에서 공룡들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이것저것 둘러보았습니다.
공룡의 몸체가 드러날 때마다 소년은 손을 번쩍 들어 탄성을 질렀습니다.
"우와! 티라노다… 우와… 아저씨 이거 티라노 맞죠? 그쵸?"
그렇게 전시장 한 바퀴를 다 돌고난 뒤 어머니는 주머니를 털어 돈을 건냈습니다. 꼬깃꼬깃 구겨진 천원자리 석 장!
어머니는 부끄러움을 어둠으로 가린 채 돈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채 반도 못 보셨는데……. 언제 낮에 다시 보러 오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허리를 있는 대로 구부리고 인사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혹 어두워서 덜 본 곳이 있다 해도 그것은 환한 대낮에 본 것보다 훨씬 값진, 잊을 수 없는 은혜라고. 낮에 다시 오는 건 그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
표 파는 곳 앞에서 한 아이가 공룡 포스터를 바라보며 서성대고 있었습니다. 입장료는 6천원. 그러나 소년에겐 그만한 돈이 없었습니다.
소년의 어머니는 생선을 파는 행상이었습니다. 오래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자식을 키우는 고단한 살림. 하나뿐인 아들이 공룡전시장에 가게 해 달라고 며칠을 졸랐지만 선뜻 들어 줄 형편이 못 되었습니다.
아이는 책상 앞에 큰 공룡그림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틈만 나면 친구들은 벌써 다 봤다며 훌쩍였습니다. 그렇게 잔뜩 풀이 죽어 있는 아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가슴이 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듯 소년이 단식투쟁을 시작한 저녁이었습니다.
"자, 저녁 먹고 자야지 얼른……."
"누가 밥 달래? 공룡 보여달란 말야."
아이는 어머니의 심정도 모른 채 보채기만 했습니다.
망설이던 어머니는 말없이 아이 손을 잡고 공룡전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러나 전시장 문은 이미 닫히고 공룡들은 어둠속에 숨어 버린 뒤였습니다.
실망한 소년과 어머니가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철망 앞에 쪼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두 사람을 발견한 전시장 경비원이 조용히 사방을 둘러본 뒤 손전등으로 신호를 보내며 잠긴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놀란 눈으로 경비원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이가 한가닥 희망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아저씨……."
고개를 든 어머니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애가 공룡을 보고 싶어해서요."
경비원은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전시장 쪽으로 손전등을 비춰 주었습니다. 그 불빛 속에서 공룡들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소년은 이것저것 둘러보았습니다.
공룡의 몸체가 드러날 때마다 소년은 손을 번쩍 들어 탄성을 질렀습니다.
"우와! 티라노다… 우와… 아저씨 이거 티라노 맞죠? 그쵸?"
그렇게 전시장 한 바퀴를 다 돌고난 뒤 어머니는 주머니를 털어 돈을 건냈습니다. 꼬깃꼬깃 구겨진 천원자리 석 장!
어머니는 부끄러움을 어둠으로 가린 채 돈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경비원은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채 반도 못 보셨는데……. 언제 낮에 다시 보러 오세요."
"고맙습니다. 그럼……."
어머니는 허리를 있는 대로 구부리고 인사하며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혹 어두워서 덜 본 곳이 있다 해도 그것은 환한 대낮에 본 것보다 훨씬 값진, 잊을 수 없는 은혜라고. 낮에 다시 오는 건 그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