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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고사성어, 제대로 알고나 쓰자?!



1. 施罰勞馬(시벌로마)

고대 중국의 당나라 때 일이다. 한 나그네가 어느 더운 여름날 길을 가다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다. 한 농부가 밭에서 허벌나게 열심히 일하는 말의 뒤에 서서 자꾸만 가혹하게 채찍질을 가하는 광경을 본 것이다.

계 속해서 지켜보던 나그네는 말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농부에게 "열심히 일하는 말에게 왜 자꾸만 채찍질을 하는가?" 고 물었다. 그러자 그 농부는 자고로 말이란 쉬임없이 부려야 다른 생각을 먹지 않고 일만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남의 말을 놓고 가타부타 언급할 수가 없어 이내 자리를 뜬 나그네는 열심히 일하는 말이 불쌍하여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며 긴 장탄식과 함께 한마디를 내뱉었다 한다.
"아! 施罰勞馬(시벌로마)" 훗날 이 말은 후세 사람들에게 이어져 주마가편(走馬加鞭)과 뉘앙스는 약간 다르지만 상당히 유사한 의미로 쓰였다 한다.

施罰勞馬(시벌로마) : 열심히 일하는 부하직원을 못잡아먹어 안달인 직장상사들에게 흔히 하는 말. 아랫사람이 노는 꼴을 눈뜨고 보지 못하는 일부 몰상식한 상사의 뒤에 서서 들릴락 말락하게 읊어주면 효과적일 것이다. 단, 이 말을 들은 상사의 반응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 국내의 현실에 비추어 이 고사성어의 심오함을 깨달을 상사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2. 漁走九里(어주구리)

옛 날 한나라 때의 일이다. 어느 연못에 예쁜 잉어가 한마리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서 들어왔는지 그 연못에 큰 메기 한 마리가 침입하게 된 것이다. 그 메기는 예쁜 잉어를 보자마자 잡아 먹으려고 했다. 잉어는 메기를 피해 연못의 이곳 저곳으로 헤엄을 쳤다. 하지만 굶주린 메기의 추격을 피하기에는...역부족이었다.

피하다 피하다 못한 잉어는 초어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잉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뭍에 오르게 되고, 뭍에 오르자 마자 꼬리를 다리삼아 냅다 뛰기 시작했다. 메기가 못 쫓아 오는걸 알게 될 때까지 잉어가 뛰어간 거리는 약 구리 정도였을까? 암튼 십리가 좀 안 되는 거리였다.

그때 잉어가 뛰는 걸 보기 시작한 한 농부가 잉어의 뒤를 쫓았다. 잉어가 멈추었을때 그 농부는 이렇게 외쳤다. "어주구리(漁走九里)"... 고기가 구리를 달려왔다... 그리고는 힘들어 지친 그 잉어를 잡아 집으로 돌아가 식구들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는 얘기이다.

어주구리(漁走九里) : 능력도 안 되는 이가 센척하거나 능력밖의 일을 하려고 할 때 주위의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말할 때 약간 비꼬는 듯한 말투로 약간 톤을 높여 말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3. 足家之馬(족가지마), 足家苦人內(족가고인내)

아 주 먼 옛날 중국 진나라시대에, 어느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사람들의 성씨는 신체의 일부를 따르는 전통이 있었다. 대대로 귀가 큰 집안은 이(耳)씨, 화술에 능통한 사람을 많이 배출한 집안은 구(口)씨와 같은 식이였다. 그곳에 수(手)씨 집안이 있었는데, 그 집안은 대대로 손재주가 뛰어난 집안이었다. 이 '수'씨 집안에는 매우 뛰어난 말 한 필이 있었는데, 이 역시 수씨 집안의 손재주에 의해 길들여진 것이었다.

어느 날 도적들과의 전쟁에 수씨집안의 큰 아들이 이 말을 타고나가 큰 공을 세워 진시황으로부터 벼슬을 받았다. 이것을 본 앞집의 족(足)씨 집안에서는, "손재주나 우리 집안의 달리기를 잘하는 발재주나 비슷하니 우리도 말을 한 필 길러봄이 어떨까....?"하여 말 한 필을 길들이기 시작했다.

한 달후, 도적들이 보복을 위해 마을로 내려왔다. 이를 본 족씨는 아들에게, "어서 빨리 수씨 집안보다 먼저 우리 말을 타고 나가거라." 하였고, 족씨 집안의 장자는 말을 타고 나가다 대문의 윗부분에 머리를 털리며 어이없게도 죽고 말았다. 이를 본 족씨는 통곡하며, "내가 진작 분수에 맞는 행동을 했더라면, 오늘의 이 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을..." 하며 큰 아들의 주검을 붙잡고 통곡하였다. 이 때부터 세인들은 분수에 맞지않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足家之馬(족가지마) 라고 말하곤 한다.

足家之馬(족가지마) : 자기의 주제도 모르고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분수에 맞지않는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 흔히 하는 말
足家苦人內(족가고인내) : 옛날 족씨가문의 큰아들이 집안에서 죽음으로 인해 비롯된 말. (족씨가문이 집안의 사람으로 인해 괴로워하다)

4. 始發奴無色旗(시발노무색기)

옛 날부터 중국 고사에는 삼황오제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중 복희씨는 주역의 만들었을 뿐 아니라, 길흉화복을 점치는 법을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이야기는 그 복희씨 시대의 이야기이다. 복희씨가 중국을 다스리고 있던 어느 날, 태백산의 한 산마을에 돌림병이 나서 많은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는 전갈을 들었다. 그리하여 복희씨는 그 마을로 향하게 되었는데, 그 마을은 황하의 물이 시작되는 곳이라 하여, 시발(始發) 현(縣)이라 불리고 있었다.

그 마을에 도착한 복희씨는 돌림병을 잠재우기 위해 3일 낮 3일 밤을 기도 하였는데, 3일째 되는 밤 기도 도중 홀연 일진광풍이 불면서 왠 성난 노인이 나타나 "나는 태백산의 자연신이다. 이 마을사람들은 몇 년째 곡식을 거두고도 자연에게 제사를 지내지 않으니, 이를 괘씸히 여겨 벌을 주는 것이다. 내 집집마다 피를 보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으리." 하였다.

복희씨는 자연신이 화가 난 것을 위로하기 위해 방책을 세우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모아 말하였다. "자연신의 해를 피하기 위해선 집집마다 깃발에 동물의 피를 붉게 묻혀 걸어두어야 하오!" 그런데, 그 마을사람 중에 시발(始發)현(縣)의 관노(官奴)가 하나 있었으니, "귀신은 본디 깨끗함을 싫어하니, 나는 피를 묻히지 않고 걸 것이다." 하여 붉은 피를 묻히지 않은 깃발을 걸었다.

그날 밤 복희씨가 기도를 하는데, 자연신이 나타나 노여워하며 말하길 "이 마을사람들이 모두 정성을 보여 내 물러가려 하였거늘, 한 놈이 날 놀리려 하니 몹시 불경스럽도다. 내 역병을 물리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리하여 다음날부터 전염병이 더욱 돌아 마을 사람들이 더욱 고통스럽고 많은 이가 죽었으니, 이는 그 마을(시발현)의 한 노비가 색깔 없는 깃발을 걸었기(始發奴 無色旗) 때문이었다.

이 이야기로 인해, 그 이후 혼자 행동하여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이나,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마구 행동하는 사람을 보면, 始發奴(시발노) 無色旗(무색기) 라고 하게 되었다.

5. 趙溫馬亂色氣(조온마난색기)

옛날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씨성을 가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조씨에게는 만삭인 부인이 있었는데, 어느날 아침 부인이 말하길, "여보! 어제 밤 꿈에 말 한 마리가 온천으로 들어가 목욕을 하는 꿈을 꾸지 않았겠어요. 아마도 우리가 말처럼 활달하고 기운센 아들을 얻게 될 태몽인것 같아요." 라고 하였다. 조씨는 심히 기뻐하여, "그것 참 좋은 태몽이구려 어서 빨리 우리 아들을 보았으면 좋겠소." 라고 하였다. 사흘 뒤 조씨부인은 매우 건강한 사내아이를 순산하였고, 조씨는 태몽을 따라 아이의 이름을 溫馬(온마)라 하였다.

세월이 흘러 조온마가 스무 살이 되었다. 조온마는 조씨부부의 기대와는 달리, 마을의 처녀란 처녀는 죄다 욕보이는 난봉꾼이 되었다. 이를 보다 못한 마을 사람들은 결국 조온마를 관아에 고발하였고 조온마는 판관앞에 끌려가게 되었다.

판관이 말하길, "조온마는 색기로 인하여 마을을 어지럽혔다(趙溫馬亂色氣:조온마난색기). 따라서 거세를 당함이 마땅하다." 라고 하였다. 결국 조온마는 거세를 당하였고, 후일 사람들은 경거망동하는 사람에게 조온마의 일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조온마난색기" 라고 충고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야사에 의하면 조온마의 키는 5척으로 150cm 정도의 작은 키였다고 전해진다.

趙溫馬亂色氣(조온마난색기) : 경거망동한 사람에게 충고할 때 쓰는 말. 조온마의 키가 매우 작았으므로 작은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6. 什勢鬼揶(십세귀야)

초 한지에 나오는 일화이다. 한번은 한나라의 유방이 초나라 항우에게 쫓겨 도망을 가다 밤이 깊었다. 한밤중에 넓은 들판에서 앞이 캄캄해 지자 유방을 호위하던 장수 하나가 유방에게 오늘밤은 자고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루 종일 유방 항우에게 쫓겨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유방은 지칠 대로 지쳐서 그러자고 했다.

그 래서 유방과 그의 병사 아홉 명은 말에서 내려 땅에 누웠는데 하필 거기가 마을에서 결혼도 못하고 억울하게 자살한 못생긴 사내의 무덤이었다. 사내는 너무나 억울해서 그날 밤 귀신이 되어 나타났다. 그 귀신을 본 유방과 병사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러나 귀신은 그들을 해치지 않을 거라고 했고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달라고 했다. 마침 심심하던 유방은 흔쾌히 귀신과 같이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귀신과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던 병사들은 귀신이 여자경험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귀신은 너무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져 유방에게 웃지 말라고 빌었다. 하지만 유방과 병사들은 못생긴 귀신이 비는 것이 더 재밌어서 밤새도록 귀신을 놀려댔다.

화가 난 총각귀신은 말을 더듬다가 유방에게 "십세귀야! (什勢鬼揶:열 사람의 권세가 귀신을 놀리는 구나!)" 라는 말을 남기고는 무덤 속으로 휙 들어가 버렸고 그날 밤 유방과 병사들은 더욱 크게 웃었다. 그 후로 사람들은 남의 불행을 심하게 놀리거나 비꼴 때 이 사자성어를 썼고 오늘날에는 감정에 북받쳐 된소리화되면서 '씹쎄끼야'라고 발음하게 되었다.

什勢鬼揶(십세귀야) : 너무도 화 가 나서 아무 말이 생각나지 않을 때 마침 그걸 표현하려고 울컥 올라 나오는 말. 실제는 다른 의미이지만 사람들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 일품이라 말하는 사람의 다양한 감정을 전달하는 고마운 말이다. 오늘날 운전하다가 사고날 뻔 하면 창문으로 외치고 가는 운전용어의 하나이다. 특히 군대 가서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가장 많이 쓰는 군대용어로도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