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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꼬마의 편지

한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습니다. 기적처럼 목숨은 거졌지만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그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사고가 그의 두 눈을 앗아갔던 것입니다. 남자는 의사를 붙들고 절규했습니다.

"내 눈… 눈이 어떻게 된 겁니까, 예? 흑흑……."

의사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용히 환자의 등만 쓸어 주었습니다.

"진정하세요."

이식을 하는 것 말고는 가망이 없는 상태에서 그는 일반 병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한 꼬마숙녀를 만났습니다. 옆 침대에 입원 중인 아이는 놀아 줄 친구라도 만난 듯 그를 반가워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다가와 그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저씨 눈이 꼭 미이라 같다. 헤헤… 아저씨 아저씨, 말 못 해?"

하지만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과 말을 주고 받을 만큼 마음이 편칠 않은 그는 그런 아이가 몹시 성가셨습니다.

"흑흑흑……."

그는 이제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눈을 감싸쥐고 깊이 흐느꼈습니다.

"아저씨, 울지 마… 울 엄마가 그러는데 자꾸 울면 병이 안 낫는데."

"푸… 녀석."

아이가 잡아주는 손에 그는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남자와 아이는 병원의 소문난 단짝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정원을 산책하기도 하고, 벤취에 앉아 이야기도 주고 받았습니다.

"아저씨 아저씨, 으음 있잖아, 나 아저씨랑 결혼할래. 이히히."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니?"

"응, 좋아."

하지만 남자와 일곱 살 꼬마숙녀의 이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가 퇴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저씨, 나 퇴원할 때 꼭 와야 돼, 알았지?"

"그래, 우리 정혜 퇴원하는 날 아저씨가 예쁜 꽃 사갖고 올게."

"자, 약속!"

"약속!"

그로부터 몇 주 후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안구 기증자가 나타나 눈을 이식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잃었던 빛을, 세상을 온전히 되찾은 그는 어느 날 기증자가 보냈다는 한 통의 편지를 보고 그만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편지에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렇게 씌어 있었습니다.

'아저씨, 나 아무래도 아저씨랑 결혼은 못 할 것 같애. 그러니까 아저씨 눈 할래.'

일곱 살 어린 꼬마가 그에게 준 것,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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