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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노란 손수건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플로리다 주의 포트 라우더데일 해변으로 가는 버스는 언제나 붐볐습니다.

승객의 대부분이 휴가를 즐기러 가는 젊은 남녀거나 가족인 그 버스의 맨 앞자리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옆에는 아까부터 그를 지켜보던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허름한 옷에 무표정한 얼굴. 나이조차 짐작하기 힘든 그는 마치 돌부처 같았습니다.

버스가 워싱턴 교외의 휴게소에 멈춰섰을 때 승객들은 너나없이 차에서 내려 허기진 배를 채우기 바빴지만 돌부처 같은 남자만이 그대로 앉아 있었습니다.

'퇴역병사?'

'아냐, 배를 타던 선장?'

호기심에 가득 찬 여자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는 한참 뒤에야 침묵을 깨고 괴로운 표정으로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그의 이름은 빙고. 4년을 형무소에서 보내다가 석방되어 집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가석방이 결정되던 날 아내에게 편지를 썼소. 만일 나를 용서하고 받아 들인다면 마을 어귀 참나무에 노란 손수건을 걸어 두라고. 손수건이 보이지 않으면 난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로든 가 버리는 거요."

사연을 알게 된 승객들은 그의 집이 있는 마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창가자리에 붙어 커다란 참나무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남자의 얼굴은 지독한 긴장감으로 굳어 갔고 차 안엔 물을 끼얹은 듯한 정적이 감돌았습니다.

"앗! 저기봐요! 저기!"

그때 승객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습니다.

커다란 참나무가 온통 노란 손수건의 물결로 뒤덮여 있었던 것입니다.

나무 아랜 단 하루도 그를 잊어본 적이 없는 그의 아내가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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