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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계란 도둑

아버지가 시골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실 때의 일입니다. 어머니는 소일삼아 닭을 기르기로 하셨고  계란을 모으는 데 재미를 붙였습니다. 덕분에 우리 삼형제는 언제나 계란 반찬을 먹을 수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계란은 하나 둘 모여서 우리 삼형제의 학용품이 되고 새신발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저녁, 아버진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발표를 하셨습니다.

"알았지? 큰형 졸업식 때까지 계란 반찬은 없는 거다."

대표로 우등상을 받게 된 내게 좋은 옷을 사 주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치, 너무해."

"맞어, 너무해."

동생들은 뾰로퉁해진 입으로 투덜거렸습니다. 동생들한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부모님이 결정한 일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작은 소동이 생긴 것은 일주일 뒤부터였습니다.

이상하게도 계란이 날마다 두 개씩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난 아냐! 안 먹었단 말이에요."

"저, 저두요."

"나도 아닌데……."

의아해하는 어머니 앞에서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영문을 몰라했습니다.

알을 낳는 닭은 열다섯 마리인데 계란은 열세 개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어머니는 닭장에 자물쇠를 잠그고, 닭장 앞에서 보초를 서 보기도 했지만 도둑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졸업식 날이 다가오자 어머니는 그 동안 모은 계란을 이고 장에 가서 청색 재킷과 체크무늬 셔츠를 사오셨습니다.

"자, 바지는 입던 것을 그냥 입어야겠구나."

어머니는 아쉬워하셨지만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계란 도둑은 졸업식 날 아침에 밝혀졌습니다. 괜히 쭈뼛쭈뼛거리고 늑장을 부리던 막내가 어머니 앞에 내민 것은 하얀 고무신 한 켤레였습니다.

"이거, 엄마 고무신…. 계란 두 개……."

동생은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내 눈에 그제서야 어머니의 붉어진 눈시울과 낡고 빛바랜 고무신코가 들어왔습니다.

"그랬구나. 우리 착한 막내……."

엄마는 대견한 마음에 막내를 보며 미소지었습니다.

그 시절 우리에게 계란은 단순한 반찬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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