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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따뜻한 조약돌

6학년 땐가 몹시도 추웠던 겨울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면 말없이 사라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반친구들로부터 이유없이 따돌임을 받던 아이는 늘 그렇게 혼자 굶고 혼자 놀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가 다가와 쪽지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은하야, 우리집에 놀러 갈래?'

그 애와 별로 친하지 않았던 나는 좀 얼떨떨했지만 모처럼의 제의를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수업 끝나고 보자.'

그날따라 날이 몹시 추웠습니다. 발가락이 탱탱하게 얼어붙고 온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았지만 한참을 가도 그 애는 다왔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으으으 추워… 도대체 어디까지 가는 거지?'

괜히 따라나섰다는 후회가 밀려오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치밀기 시작할 때쯤 그 애가 멈춰섰습니다.

"다 왔어, 저기야. 우리집."

그 애의 손끝에는 바람은커녕 함박눈 무게조차 지탱하기 힘들어 보이는 오두막 한 채가 서 있었습니다.

퀴퀴한 방 안엔 아픈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미안하구나. 내가 몸이 안좋아 대접도 못하고……."

내가 마음을 풀고 동생들과 놀아 주고 있을 때 품팔이를 다닌다는 그 애 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어이구, 우리 딸이 친구를 다 데려왔네."

그 애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친구를 데려온 적이 없는 딸의 첫손님이라며 날 반갑게 대했고 동생들과도 금세 친해져 즐겁게 놀았습니다.

날이 저물 무렵 내가 그애 집을 나설 때였습니다.

"갈게."

"또 놀러 올거지?"

"응."

그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얘야, 잠깐만 기다려라."

가려는 나를 잠시 붙잡아놓고 부엌으로 들어간 그 애 아버지가 얼마 뒤 무언가를 손에 감싸쥔 채 나왔습니다.

"저어… 이거, 줄 게 이거밖에 없구나."

그 애 아버지가 장갑 낀 내 손에 꼭 쥐어준 것, 그것은 불에 달궈 따뜻해진 돌멩이 두 개였습니다. 하지만 그 돌멩이 두 개보다 더 따뜻한 것은 그 다음 내 귀에 들린 한마디 말이었습니다.

"집에 가는 동안은 따뜻할게다. 잘 가거라."

"잘 가, 안녕."

"안녕히 계세요."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따뜻한 돌멩이 난로를 가슴에 품은 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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