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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우유 한 병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변두리 허름한 자취방에 의대생이 살았습니다.

학비는커녕 끼니조차 해결하기 힘겨웠던 청년은 고민 끝에 아끼는 책 몇 권을 싸들고 헌책방을 찾아갔습니다. 고학생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알고 늘 헌책을 돈으로 바꿔 주던 책방 주인은 그날따라 병이 나 문을 닫고 없었습니다.

그냥 돌아설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던 그는 너무나 허기지고 피곤해 물이라도 얻어 마시려고 옆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집을 보던 어린 소녀에게 사정을 말한 뒤 뭐든 먹을 것을 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소녀는 무척 미안해하며 먹을 것이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럼… 물이라도 좀 주겠니?"

소녀는 아무런 의심없이 부엌으로 가서는 아마도 제 점심이지 싶은 우유 한 병을 들고 왔습니다.

의대생은 소녀에게 부끄럽고 미안했지만 너무 허기져 있던 터라 우유를 벌컥벌컥 들이켰습니다.

그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녀의 어머니가 병에 걸려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소녀는 중병에 걸려 몇 번이나 의식을 잃고 수술까지 한 어머니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고 지켰습니다.

그 극진한 사랑이 약이 된 것인지 어머니는 기적처럼 깨어났습니다.

퇴원을 하는 날, 소녀는 어머니가 건강을 찾게 되어 말할 수 없이 기뻤지만 엄청난 병원비가 걱정이었습니다. 그런데 퇴원수속을 위해 계산서를 받아들었을 때 소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입원비와 치료비… 모두 합쳐서 우유 한 병. 이미 지불되었음!"

지난 날 힘없이 소녀의 집에 들어와 마실 것을 청하던 그 고학생이 어엿한 의사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우유 한병.

그 시절 배고픈 고학생에게 그것은 그냥 우유가 아니었습니다.

밥이며 희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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