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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우체통의 새

강원도 산골 외딴 마을 어귀에 빨간 우체통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우체통은 집배원 아저씨가 일일이 찾아가기 어려운 산 속에 사는 사람들이 우편물을 주고받기 위한 창구요 통로였습니다.

"자, 편지 하나구, 엽서 하나."

이장님은 우체통을 열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소중한 사연들을 전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 빨간 우체통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장님이 우체통을 열 때마다 나뭇가지며 마른 잎들이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요놈들, 이거 또 장난을 쳤구만, 쯧쯧쯧."

이장님은 당연히 동테 장난꾸러기들 짓이려니 생각하고 지푸라기를 치우고 또 치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체통을 열던 이장님은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범인은 개구쟁이들이 아니었습니다. 작은 곤줄박이 새 부부가 우체통을 보금자리 삼아 예쁜 알을 낳아서 품고 있었던 것입니다.

"가만 있자, 이걸 어쩐다? … 응, 그래!"

이장님은 우체통 위에 메모지를 반듯하게 붙었습니다.

'이 우체통에는 새가 둥지를 틀었으니 우편물을 우체통 옆에 꽂아 주시기 바랍니다.'

빨간 우체통을 당분간 곤줄박이 부부에게 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그것은 혹 사정을 모르는 집배원이 우편물을 넣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하다며 함부로 열어 보는 걸 막으려고 튼튼한 자물쇠도 채웠습니다. 얼마 후 그 빨간 우체통에선 어린 새들 지저귀는 소리가 쉴새없이 흘러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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