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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하게 찍힌 사진

2010.07.31 21:51

시장통에 알부자로 소문난 복점할머니가 살았습니다.

장터에서 가장 목이 좋은 곳에 있는 식료품점이 할머니의 가게였습니다.

복점할머니의 가게 앞엔 매일 아침 함지박에 봄나물을 이고 와서 파는 냉이할머니의 좌판이 있었습니다. 봄나물을 펼치고 나면 냉이할머니의 하루 장사가 시작됩니다.

"자, 싱싱한 나물이에요."

저냑 무렵 장터엔 물건을 사려는 사람도 많았지만 구걸을 하려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복점할머니는 불쌍한 사람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호통을 칠 뿐 적선을 하지 않았습니다.

"젊은 것들이 뭐 할 짓이 없어서 비럭질을 해. 장사도 안되는데 저리가! 어여."

할머니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냉이할머니는 달랐습니다. 식료품 가게에서 쫓겨나오는 걸인들을 그냥 보내는 법이 없었습니다.

"옛다. 오늘은 이 떡뿐여."

"헤헤, 고맙습니다 할머니."

벌이가 시원찮은 날은 하다못해 먹던 떡이라도 나눠 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복점할머니의 식료품 가게가 별나게 들썩거렸습니다. 기자들이 오고 방송국 카메라가 할머니를 찍어대고…….

"이렇게 큰 돈을 기증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기자들의 질문에 복점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나 죽고 나면 재산이 다 무슨 소용이겠수."

'평생 모은 돈 3억 기부'

다음날 신문에는 대문짝만한 글씨와 함께 복점할머니가 활짝 웃는 사진이 실렸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복점할머니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시장통은 잔치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그때 걸인 소년과 장애 청년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냉이할머니에게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신문에 할머니 얼굴 나왔어요."

"내 얼굴이?"

"네, 이거 보세요. 여기요."

소년이 가리킨 것은 크고 뚜렷하게 찍힌 복점할머니의 사진 한 귀퉁이에 있는 작고 희미하게 찍힌 냉이할머니였습니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았지만 냉이할머니는 사진 속에서도 배고픈 아이들에게 떡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시며 말했습니다.

"녀석들 눈도 좋지. 어디 이게 내 사진이야……."

걸인들에겐 복점할머니의 큰 돈보다 냉이할머니의 떡 한 점이 더 값진 사랑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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