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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벽돌 한 장

내가 처음으로 자가용을 갖게 됐던 때의 일입니다.

"룰루루… 좋았어."

적금을 타고 대출을 받아 어렵게 산 새차라 나는 휘파람을 불며, 긁힐새라 흠날새라 조심조심 동네를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골목끝 모퉁이에서 개구쟁이들이 뛰쳐나왔습니다.

차는 끽 소리를 내며 급정차했습니다.

"휴, 십 년 감수했네."

나는 반사적으로 속도를 줄인 뒤 애써 웃는 얼굴로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차를 몰았습니다.

바로 그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차에 부딪혔습니다.

나는 급히 차에서 내렸습니다.

"뭐야 이거?"

벽돌 한 장과 찌그러진 문짝. 나는 어이없고 화가 나서 벽돌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엔 한 소년이 겁에 질린 채 서 있었습니다.

나는 다짜고짜 그 소년의 멱살을 잡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대체 무슨 짓이야! 왜 돌을 던져?"

겁에 질린 소년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아저씨,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벽돌을 던지지 않았다면 아무도 차를 세워주지 않았을 거에요."

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길 한쪽을 가리켰습니다.

그 곳에는 쓰러진 휠체어와 한 아이가 길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우리 형인데 휠체어에서 떨어졌어요."

소년의 형은 만일 내가 차를 세우지 않았더라면 큰 사고가 날 뻔한 곳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어 저런, 큰일 날 뻔했구나."

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그 아이를 일으켜 휠체어에 앉혔습니다.

형은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년은 다행이라는 듯 형의 휠체어를 살폈습니다.

"형, 괜찮어?"

그렇게 날 부끄럽게 만든 형제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사라졌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지만, 나는 지금도 그날의 찌그러진 문짝을 수리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볼썽사납지만 그 흉터는 운전대를 잡을 때마다 내게 말합니다. 너무 빨리 달리면 누군가 차를 세우기 위해 또 벽돌을 던지게 될지 모른다구요.

덕분에 내 차는 느림보가 됐지만 벽돌 한 장이 큰 사고를 막고 5년 무사고의 고마운 기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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