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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고마움을 그린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작은 옷가게를 차렸습니다.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발이었습니다. 뭐든 남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으로 언제난 일찍 문을 열고 늦도록 일했습니다.

그날도 동이 트자마자 나가서 막 문을 열려고 하는데 가게 앞에 지갑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보기에도 두툼한 지갑에는 꽤 큰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세상에……."

횡재를 했다고 그냥 갖는 건 양심이 허락하질 않아 나는 주인을 찾아 주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 한 여학생이 창백한 얼굴로 찾아왔습니다.

"저, 지갑을 찾으러 왔는데요."

"아! 학생 거였어? 근데 어쩌다가……."

그러나 지갑을 받아든 여학생은 경위를 물을 새도 없이 고맙다는 말 한마디만 겨우 남긴 채 달아나듯 가 버렸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었지만 서운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한 달쯤 지났을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거무튀튀하던 셔터문에 화사한 봄풍경이 그려져 있었던 것입니다. 너무 놀라 두리번거리는데 문틈에 쪽지가 끼워져 있었습니다.

'고마운 분께, 한 달 전 지갑 하날 주우셨죠? 전 그 지갑 주인의 동생입니다. 누나는 그때 돈을 잃어 버리고 너무 울어서 실신할 지경이었답니다. 그 돈은 누나가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렵게 마련한 대학 입학금이었거든요. 지갑을 찾아 준 분께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했다고 걱정하는 누나를 위해, 그리고 고마운 분을 위해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그러나 그것뿐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날은 어설픈 세일광고가 세련된 글씨로 변해 있었고 여름이 오면 시원한 여름 풍경이, 가을이면 가을 풍경이 마치 마술처럼 가게문을 장식했습니다.

나는 그 마음씨 고운 동생을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제발 한번 와 달라는 쪽지도 붙여 보고 밤 늦도록 기다려도 봤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년이란 세월이 흘러 나는 가게를 아는 후배에게 넘기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후배가 전화를 걸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가게문에 여름이 왔노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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