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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돈 40만원 때문에 죽은 비겁자

얼마전 교수 임용에 탈락한 40대 시간강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미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모르는 분들을 위해 필자의 생각과 함께 그 내용을 포스팅 해 보기로 한다.

조금 된 기사지만 관심이 가서 자료등을 찾아 좀 더 깊게 읽어보게 되었다.

교수 임용에 탈락한 40대 시간강사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25일 오후 11시 광주 서구 화정3동 한 아파트에 거주 중인 40대 A씨가 자택에서 숨진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번개탄이 불에 탄 흔적이 있었으며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 중이다. A씨는 광주 모 대학교 시간 강사로 일해왔으며 최근 교수 임용 탈락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시강강사에 대한 처우나 문제점이 늘 지적시 되어 왔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하필 이런 기사가 올라와 참 씁쓸하기조차 하다.

오래전 친구 녀석 또한 시간강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만나면 시간강사로 지내며 겪는 어려움과 애로사항을 나에게 털어놓는 적이 많았다.

그 당시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가 일쑤였는데 막상 이렇게 희생까지 해가며 기사화 된 것에 대해 적잖은 놀라움과 함께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이 사건에 대한 한 매스컴 측에서의 논평까지 읽어 보게 되었다.

40대 중반 나이의 대학시간강사가 날씨도 화창한 5월의 봄날에 유서 한 장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광주의 어떤 사립대 시간강사인데, 유서의 제목은 "이명박 대통령님께"였습니다.

유서에서 그는 "교수 한자리가 1억 5천만에서 3억이라는군요. 저는 두 번 제의를 받았습니다. 2년 전 전남의 한 사립대에서는 6천만원, 그리고 두 달전 경기도의 한 대학에서는 1억을 요구 받았습니다"라고 구체적인 액수까지 말했습니다.

그가 자살하는 마당에 없는 얘기를 만들어 내거나 액수를 부풀려 자신의 죽음을 정당화 시켰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시간강사들의 극심할 만큼 열악한 처지는 3만여 명으로 추정되는 전업강사들 사이에서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진지 오래기 때문입니다.

시간당 강의료는 삼사만원 정도로 전임교수들의 10내지 20퍼센트 수준인데, 워낙 강사가 많아 그것도 몇 강좌 이상 따내기가 어렵고요.

몇몇 대학을 빼고는 4대 보험료도 보장받지 못해 남편노릇, 아비노릇을 제대로 할 수없는 딱한 처지에서 온갖 궂은 일을 학교에서 해야 하는 수모의 나날을, 팔자처럼 참으며 사는 게 그들의 현실인 것입니다.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나 사회적 지위는 1970년대 중반 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10월 유신 이후 긴급조치가 남발 되면서 그에 저항하는 지식인들을 캠퍼스에서 내쫓기 위해 1977년, 교육법을 개정해 그들의 교원지위를 박탈한 것이 그 시발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나라 최고 지식인 집단이라는 대학사회에서 30년을 훌쩍 넘도록 그런 현실을 버젓이 용인해왔는가 하는 점입니다.

대학 전체강의에서 절반이 넘는 분량을 이들 시간강사들이 맡고 있는 현실임을 감안하면, 이러고서 대학의 경쟁력 강화니 하는 구호들이 얼마나 말장난인지, 이 강사의 자살과 그가 남긴 유서가 우리사회가 정신을 번쩍 차리라고 질타하고 있는 듯합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지금도 60대 강사부부가 시간강사들의 교원신분 회복을 요구하며 960여일 째 천막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나라 현 교육계의 문제는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젠가 그저께 TV 에서 이 문제에 심층분석 하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한 여교사가 임용에 패스한 후 교수에게 선물을 주지 않아서, 다시 말하면 의례 관행처럼 지켜오던 상납을 하지않아 그만 잘리게 된 사연이었다.



아무리 비리로 얼룩지고 엉망진창이 되어 간다 손 쳐도 이렇게나 많이 부패해도 되는 것인가 싶다.

한때나마 교직에 몸 담을 뻔 한 적도 있고 집안이 교육쪽에 관계되다보니  괜히 남의 일 같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리고 유가족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죽은 그 시간강사에 대해서도 마냥 동정심만 가지는 않는다.

대통령인 이명박에게 유서의 편지를 썼다는데, 이명박이 어떤 인물인데 그런 일로 눈썹 하나 까딱 할런지 모르겠다.

모르긴 몰라도 이명박은 한나라의 대통령이기에 앞서 엄청 독한 인간이다.

그 독함이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40만원이 아니라 4만원 이라도 자기자신이 좀 더 생각하고 노력했다면 허무하게 목숨을 끊는 일은 없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많은 생각도 해 봤을테고 최후로 내린 결단이라 보아진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놔두고 혼자 이 세상을 져 버리는 짓은 참으로 비겁하기 짝이 없는 짓임에 틀림이 없다.

한번만 더 생각해 보았으면, 한번만 더 참아 보았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나라도 이제는 진정한 선진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쭉쭉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경제에 관계되는 통계의 숫자놀음만이 아닌, 모든 부문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서의 실력이길 바라마지 않는다.

세상이 험난해져 가도, 어쨋든 오늘도 그들은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