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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엄마 신발

오늘은 학교에서 엄마 신발을 신고 달리기를 하는 날입니다.

흰 바탕에 빨간 줄무늬를 두른 엄마의 운동화.

선영이는 운동화 끈을 있는 대로 동여맸지만 너무 커서 발이 쑥 빠질 것만 같았습니다.

"아유, 너무 크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겠는데……."

하지만 선영이는 마냥 들떴습니다.

"나 일등 할건데. 나 좀 봐, 엄마. 잘 걷지?"

기다리던 체육시간. 아이들은 모두 가져온 엄마 신발을 신고 운동장에 모여 재잘거렸습니다.

조깅화, 가죽구두, 꽃무늬 운동화… 모양도 크기도 가지가지인 신발들.

그런데 그 중에 유난히 크고 지저분한 신발 하나가 있었습니다.

신발의 주인은 진희. 공부도 글짓기도 언제나 1등만 해서 늘 선영이을 주눅들게 만드는 친구였습니다.

"아유, 더러워. 쟤네 엄마는 신발도 안 닦나?"

"저것도 신발이니?"

하지만 아이들의 수군대는 소리는 곧 잠잠해졌습니다. 시작을 알리는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입니다.

"자, 지금부터 여덟 명씩 달린다. 준비!"

마침내 선영이가 뛸 차례가 되었습니다. 진희도 횟가루가 범벅된 신발을 신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선영이는 달리기만이라도 진희에게 지고 싶지 않아 기를 쓰고 앞서나갔습니다. 그런데 큰 신발을 신고 뒤에서 철퍼덕거리며 달려오던 진희가 갑자기 선영이를 앞질렀습니다. 다급해진 선영이는 자기도 모르게 진희쪽으로 발을 뻗어 신발 뒤꿈치를 밟았습니다.

순간 진희는 휘청하며 넘어졌고 모르는 체 달려나간 선영이는 결국 손바닥에 1등 도장을 받아냈습니다.

그게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를 깨달은 것은 진희가 깨진 무릎으로 절룩대며 결승선을 통과한 뒤였습니다.

꼴찌로 들어온 진희를 보며 짓궂은 아이들이 놀려댔습니다.

"진희 엄마, 신발 무지 크다."

그때, 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진희는 오늘 아빠 신발을 신고 왔어, 진희는 엄마 안 계시잖아."

진희를 놀려대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잠잠해졌습니다. 그리고 모두 1등을 한 선영이를 바라보았습니다.

선영이는 아이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진희에게 다가갔습니다.

"미안해 진희야. 내가 잘못했어."

"아냐, 울아빠 신발이 너무 커서 넘어진 건데 뭐."

선영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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