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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행복한 의사

작은 섬마을에 의사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을 정도로 그는 오랜 세월 동안 이섬에 머물며 주민들의 건강을 돌봐 왔습니다.

허름한 상가 귀퉁이에 위치한 그의 진료소에는 1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까지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습니다.

그 불빛엔 '잠들지 않았으니 누가 아프면 언제든 문을 두드리시오' 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에겐 쉬는 날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거센 폭풍이 몰아쳐도 이웃섬들까지 왕진을 가곤 했습니다.

"아이구, 이거 이 밤중에 미안스러워서리……."

"그러게, 이 늙은 의사 귀찮게 안 하려면 제발 얼른 털고 일어나세요."

"아, 누가 아니래요."

환자들은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병이 절반은 낫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마을 사람들에게 그는 의사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그런데 그는 섬에 올 때부터 혼자였습니다. 아내도 자식도 없는 독신.

결혼을 했지만 아내가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도시를 등진 것입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 후 머리엔 하얗게 서리가 내리고 가족도 없이 남을 위해서 일생을 살아온 그가 일흔 번째 생일을 맞던 날, 마을 사람들이 깜짝 파티를 마련했습니다.

"선생님, 빨리요! 빨리."

급한 환자가 생긴 걸로 알고 부랴부랴 왕진 가방을 챙겨 따라 갔는데 마을회관에서 그를 기다린 건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인 생일 파티…….

눈시울을 붉히며 행복해 하는 그에게 누군가 말했습니다.

"아, 이런 날 아들 딸이라도 있었으면 좀 좋아."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 청년이 일어나 소리치듯 말했습니다.

"제가 박사님 아들입니다."

그러자 또 한 명이 일어났습니다.

"제가 박사님 딸이에요."

"저두요!"

"저두요. 할아버지, 헤헤."

마침내 회관에 모인 모든 이가 늙은 의사의 아들 딸을 자처하며 일어섰스니다.

"아니, 이 사람들이……."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한 의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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