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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잊을 수 없는 꿈

어느 여름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오후였습니다.

20대 초반의 한 청년이 시내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랐습니다.

청년은 문쪽 맨 앞자리 창가에 앉아 스쳐가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봤습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 나른한 거리…….

버스가 그 한가운데를 헤엄쳐 가고 있을 때 한 정류장에서 칠순은 돼 보이는 노인이 천천히 차에 올랐습니다. 노인은 청년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버스가 많은 손님을 태우고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갈 무렵, 꾸벅꾸벅 졸고 있던 노인은 청년의 어깨에 기대 스르르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려던 청년은 노인의 표정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깊게 패인 주름, 빛 바랜 머리결…….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조각된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던 청년은 차마 어깨를 빼지 못하고 숨을 죽였습니다. 꿈이라도 꾸는 듯 평온한 노인의 잠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인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는 사이에 버스는 종점까지 와 있었습니다.

"손님, 내리세요. 종점입니다."

청년이 제발 조용히 해달라는 듯 검지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속삭였지만, 노인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으흠, 이런… 내가 깜박 졸았구먼. 그런데 여기는 어딘가?"

"종점입니다, 어르신. 너무 평안하게 주무시고 계셔서 깨워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두 사람은 버스를 갈아타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는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젊은이, 내가 그 사이에 어디까지 다녀왔는지 아나?"

"네?"

"고향에 다녀왔다네. 50년 전에 헤어진 어머니를 뵙고 왔지. 어머니를 말일세."

노인은 그 소중한 꿈을 깨지 않은 속깊은 청년에게 깊이 깊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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