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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봉숭아 화분

햇살이 솜털처럼 부드러워진 봄날이었습니다.

화원에 한 소녀가 찾아왔습니다. 길가에 내놓은 화분들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던 소녀는 화분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 꽃은 얼마예요?"

"팬지 말이냐?"

"아뇨, 그 뒤에 있는 작은 거요."

소녀가 가리킨 것은 작고 밉고 굽은 줄기에 꽃도 피우지 못한 봉숭아 화분이었습니다.

"이건 파는 게 아니란다. 어짜피 죽으면 버리려던 거니까 가져 가겠니?"

"정말요? 와아……."

소녀는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를 한 뒤 그 못난이 화분을 받아들고 좋아라 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어느 날 화원으로 작은 소포 하나가 배달됐습니다.

"소포가 왔네요. 여기 놓고 갑니다."

집배원이 전해주고 간 것은 작은 상자와 편지가 담긴 소포였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제게 봉숭아 화분을 주셨죠? 그날은 엄마가 아파서 입원을 하신 날이었어요.'

또박또박 눌러쓴 편지의 내용은 그랬습니다.

아픈 엄마를 위해 선물을 사고 싶었지만 돈이 없었던 소녀는 그 봉숭아 화분을 엄마의 병실, 햇살 가득한 창가에 놓아두고 날마다 정성스레 물을 줬습니다.

그저나 볼품없던 화분에서 마침내 꽃이 피었고 꽃을 바라보는 엄마의 볼에도 차츰 봉숭아 꽃물 같은 생기가 돌았습니다.

소녀는 그 씨앗을 받아 병원 앞뜰에 뿌리고 또 뿌렸습니다.

꽃이 만발하던 여름 어느 날, 엄마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퇴원을 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소녀는 엄마의 완치가 봉숭아 화분 덕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소녀가 보낸 상자 안에는 까맣고 통통한 봉숭아 씨앗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온 세상을 봉숭아 꽃빛으로 물들이고도 남을 만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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