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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초록 손수레

아버지는 시장의 환경미화원입니다. 낡은 손수레 하나에 엄마와 자식 셋, 무거운 짐을 싣고 평생 끌어오신 아버지는 시장통 너저분한 쓰레기들을 참 열심히 치우셨습니다.

언젠가 몹시도 더웠던 여름날, 나는 쓰레기로 가득한 수레를 끌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언덕을 오르시는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나는 주저없이 달려가 언덕이 끝날 때까지 수레를 밀어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하며 말했습니다.

"고맙다. 얘야, 자… 이거."

땀내 나는 동전 몇 개를 내 손에 쥐어 준 뒤 아버지는 가셨습니다. 아버지의 그 모습이 얼마나 쓸쓸해 보이던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왜 아버지가 나를 모른 체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내게 이렇게 당부하셨습니다.

"괜히 친구들한테 기죽을 테니 앞으로는 아버질 봐도 아는 체 말거라."

그 순간 "아버지, 저는 아버지가 부끄럽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어야 하는데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얼마 후, 피로에 지친 몸으로 쓰레기를 치우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아버지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던 초록 손수레가 망가지고 아버지도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누워서 지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도 하루라도 빨리 일어나려고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셨습니다.

"후, 으차… 후……"

"아버지 조금만, 조금만 더요."

나는 아버지의 곁에서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마침내 아버지는 병석을 털고 일어나셨습니다.

병원 문앞엔 퇴원소식을 전해들은 시장통 환경미화원 아저씨들이 모두 나와 계셨습니다.

어느새 말끔하게 수리된 초록 손수레와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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