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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동화 행복한 세상

손녀와 할머니

손녀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습니다. 중풍으로 쓰러져 수족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와 철부지 손녀딸, 두 사람이 맞는 아침은 늘 부산했습니다.

"아가, 일어나야지 학교 늦을라, 어여 가서 세수하고 와. 어여."

그날따라 두 사람 다 늦잠을 잔 터라 찬밥으로 아침을 겨우 해결하고 손녀는 부랴부랴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아이구, 내 정신 좀 봐."

손녀를 학교에 보낸 뒤에야 깜박 잊고 도시락을 챙겨 보내지 못했다는걸 알게 된 할머니는 움직이기도 불편한 손으로 점심을 지었습니다. 손녀가 좋아하는 햄도 부쳤습니다. 그리고는 도시락을 싸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학교까지는 꼬부랑 노인의 더딘 걸음으로 삼십 분이나 걸릴 먼 거리였습니다. 할머니는 점심시간이 10분쯤 지나서야 손녀의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그러나 손녀는 자리에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도시락을 손녀의 자리에 두고 옆자리 아이에게 전해달라고 이른 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쳐 돌아온 할머니는 방문을 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우렁각시라도 왔다 갔나?"

방 한가운데 가지런히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밥상보를 가만히 들어 올렸습니다.

밥 한 그릇과 반찬 두 가지, 소박한 밥상 위헨 쪽지가 놓여 있었습니다.

'할머니, 오늘 친한 친구가 가사실습을 했어요. 그 친구한테 부탁해서 할머니 점심 진지 차린 거니까 제 걱정 마시고 맛있게 드세요.'

편찮으신 할머니가 점심까지 거르게 될까 봐 마음이 아팠던 손녀가 그새 다녀간 것입니다.

"에그, 기특한 것."

할머니는 차마 수저를 들 수 없어 상보를 덮어 놓은 채 손녀를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흘러 밥은 식었지만 밥상에 가득 차려진 손녀와 할머니의 사랑은 언제까지나 식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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