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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절주절

죽는 날까지 책을 가까이하라 -류양선-

독서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해서는 지난 포스팅에 일찌감치 소개하며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바쁜 현대생활에 있어 책을 마음놓고 쉬 읽기가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또 정작 독서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막상 책 한권 손에 꼭 쥐고 있는 것 자체가 여간 힘든게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이 나태해지고 바쁘다보면 때로는 이런 이유들을 막론하고도 불현듯 책하고 영영 담을 쌓고 멀어지는 경우까지 생기게 된다.


간사한 유혹이나 이런저런 핑계로 넘어가려 하지말고 그럴때일수록 단단히 마음을 추스리고 다잡아 더더욱 독서에 힘을 써야만 하겠다.

그리고 덧붙여 한번씩 '그분'의 모습과 '그분'이 한 말씀들을 떠올리다보면 이내 독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기가 쉬워진다.

여기서 '그분'이란 바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류양선' 할머니다.


30년 동안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젓갈을 팔아 번 돈을 장학금으로 기부하고 있는 78세의 할머니.

정말 좋은일 많이 하시는 분이다.

노란 옷을 자주 입어 '노랑 아가씨', 책 선물을 많이 하기로 유명해 '책 할머니'로도 불리는 노량진 수산시장의 유명인이다.


이 분의 독서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들여다 보면 정말이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반성도 하고 많이 본받아야 할 것 같다.

어릴 적 내 꿈은 대학교수였어. 많이 배워서 여러 사람에게 그걸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 하지만 70년 전만 해도 누가 딸들을 가르치남. 충남 서산 농사꾼 딸로 태어났는데 말 다했지. 겨우 굶지 않고 사는 정도였는데 나 학교 보낼 정신이 어디 있기나 했겠어. 가정교육 잘 받아서 결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었으니까. 공부는 아주 똑 떨어지게 했지. 왜정 때 잠깐, 해방 후에 잠깐 한글만 배우고 국민학교(초등학교)에 갔는데 5학년 때 선생님이 잘한다고 중학교로 월반하라고 했지. 근데 월반이 어디 있어. 국민학교도 나가지 말라는걸 아버지 피해 몰래몰래 다녔는데. 아버지가 책보를 거름통에 빠뜨리면 건져서 학교 다니느라 울기도 많이 울었었지.

그렇게 못 배운게 한이 돼서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을 도와주기 시작했지. 나는 평생 젓갈을 팔았지만 너는 배워라. 배워놓으면 누가 훔쳐가지도 않고 뺏어가지도 않고 제일로 좋으니까. 일생 동안 그것들은 쌓이는 것이니께. 그래서 나처럼 배우고 싶은데도 없이 살아 못 배우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시작한 거지. 꼭 나는 장학금을 줄 때 책을 선물하는데, 옥편도 있고 영어사전도 주고, 요즘은 국어사전을 주고 있지. 한자 공부하라고 교재 만들어 초등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말이야. 그걸로 책 읽고 공부하는 모습만 생각해도 아주 엔돌핀이 팍팍 돈다니까. 책 잘 읽는 아이들은 그저 예쁘다니까.

"죽는 날까지 책을 가까이하라." 이 말은 내가 만든 거야. 누가 한 이야기나 들은 것보다도 난 이게 제일로 필요한 거라 여기며 살았고 여기저기 이야기하고 살고 있어. 또 이 말을 하면 나도 힘이 나니까 명함에도 크게 박아가지고 다니잖아. 책은 이것저것 다 좋고 연애소설까지 좋아. 연애소설 읽으면 몸이 야들야들하잖아. 그렇게 느끼고 공부하는 거, 그거 다 남 주는 거 아니고 내 것이니까 책들 많이 읽으시라고.

그래, 아직 늦지 않았다.

나이가 지긋한 분도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저만큼 강조하시는데 앞으로 살 날이 더 많은 우리는 그런점에서 얼마나 더 다행이고 행복한가?

'류양선' 할머니가 만드셨다는 "죽는 날까지 책을 가까이하라." 란 말을 지금부터라도 당장 기억하고 실천해 보기로 하자.


그리고 '류양선' 할머니.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세요.